[가나자와 공예 찻집]
주임: 이게 키로쿠 군이 만든 나나키 군의 오뚝이......
아쿠타: 우와,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완성도가 엄청 높아!
키로쿠: ......마, 음에 안 들면, 버리......
나나키: (굉장해...... 이건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야......)
무네우지: 머리카락이나 피부색...... 보이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군.
사쿠지로: 그렇습니다. 동물에 빗댄다는 발상은 몹시 대담해요...... 거기에 치밀하고 섬세한 붓터치!
이 상반되는 요소의 공존을 무언가에 비유하자면 고흐의 자포니즘과 같은 찬란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시오: 근데 판다라고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신기하네.
주임: 오뚝이 인형이 헤드폰을 쓰고 있는 것도 귀엽다. 그것도 나나키 군 같아!
나나키: (이거...... 내가 요즘 마음에 들어서 자주 쓰는 디자인이잖아.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기억해 주다니......)
아쿠타: 나나키가 만든 곡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무네우지: 희한한 표현이군. 나나메기의 음악을 가시화한 것 같아.
키로쿠: 아...... 그, 나나메기의 곡, 은, 내가 볼 때...... 이런 색을, 띠고 있어......
나나키: (내 음악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게 키로쿠한테는 이렇게 비치고 있다고......?)
......그렇게까지 구상해서 그려 주다니 감동이네. 고마워.
키로쿠: (다행이, 다......)
주임: 다른 인형들도 개성 있어서 귀엽다.
아쿠타: 선생님한테는 내가 이렇게 보이는구나. 왠지 좀 두근두근해......
있잖아, 이거 가져도 돼?
주임: 그럴래? 나도 네가 만들어 준 인형을 방에 장식하고 싶어.
무네우지: 우리도 교환하자. 우 쨩이 만들어 준 걸 현관에 장식할래.
우시오: 절대 안 돼.
키로쿠: 나나메기...... 괜찮으면, 이거...... 받아, 주라.
나나키: 아...... 응. 당연하지.
(나랑 키로쿠의 작품을 비교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어. 인형에서 드러나는 깊은 이상향과 섬세함을.)
(그런 게 내 오뚝이 인형에는....... 없고.)
그럼...... 내 것도 줄게. 네 거에 비하면 유치하지만.
키로쿠: 아니...... 정말...... 정말, 기뻐. 잘, 간직할게.
이 오뚝이 인형도...... 오모테나시 라이브, 곡도.
나나키: ......!
......응. 나야말로 그렇게 말해 줘서......
(――키로쿠는 잘 봐줬어.)
(나나메기 나나키라는 대상을 풀어내서 해석하고 음미하고 재조립해서 이렇게 만들어 냈는데.)
(나는 한눈 팔기나 하고......)
......
[호텔 복도]
주임: 그럼 짐도 풀었고 목욕탕 갈까?
아쿠타: 찬서엉~! 아이스크림 자판기도 있으니까 목욕 끝나면 아이스크림 파티 하자!
키로쿠: 민트초코 맛...... 있으면, 좋겠다......
주임: 그러게. 나나키 군은?
나나키: 아~...... 저는 나중에요.
주임: (응? 나나키 군이 조금 어둡네......?)
그래, 너희는 무네우지 군이랑 우시오 군 불러서 먼저 같이 가 줄래?
키로쿠: 응......
아쿠타: 내 스피드를 따라잡아 보시지, 키로쿠! 렌가 씨한테 전수받은 비장의 스킬, 기자들을 상대로 훈련받은 빠른 걸음!
키로쿠: 아, 반대쪽이야, 걔네 방...... 반대쪽......!
주임: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
아쿠타: 네~에!
키로쿠: 네......
주임: 나나키 군.
나나키: 아, 네......
주임: 무슨 맛 아이스크림이 좋은지 말해 주면 오는 길에 사 올게.
나나키: 네......?
(아, 나한테 신경 써 주는 건가.)
............아~ 아니.
주임, 잠깐 얘기할 수 있어요?
[호텔 객실]
나나키: 이 곡을 들려주고 싶어요.
주임: 그, 아까 미술관에서 프로듀서 분한테 들려줬던 샘플 음원이야?
나나키: 아니, 달라요. 오모테나시 라이브에서 키로쿠랑 같이 부르려고 했던 곡의 샘플이에요.
주임: (벌써 샘플을 만들었다니!)
알았어. 이어폰 한쪽만 빌릴게.
나나키: 응...... 여기요.
주임: ......오~
나나키: ............
주임: 흐음.
응, 정말 좋은 곡이네!
나나키: ......고마워요. 그래도 아직 전혀 키로쿠 같지 않은 것 같아서.
주임: 키로쿠 군 같지 않다니......
나나키: 모티브로 했단 말이죠, 그거.
주임: (아, 그래서 아까 낮 조 애들이 『모티브』 얘기를 했던 거구나......)
나나키: 해석이 전혀 안 따라줘요. 풀어내지도 재조립하지도 못했고, 겉으로만 빈틈없이 정리했을 뿐인 것 같아요. ――지금.
지금 이 오뚝이 인형을 보고 말았거든요.
주임: (키로쿠 군이 나나키 군을 떠올리면서 만든 오뚝이 인형......)
나나키: 미완성한 등롱에 기획용 포트폴리오, 관광지에서 만든 오뚝이 인형......
여기에 다 담기지 않는 열정이 분명 그 애 마음속에는 무한하게 있어요.
난 키로쿠를 겨우 일부밖에 모른다는 걸 깨달았더니――
자신만만하게 들려줬던 내가 부끄러워져서......
(아...... 그렇구나.)
아쿠타: 야, 나나키. 이거 아직 만들고 있는 중인 거지?
나나키: (그런 뜻이였어......)
나나키: 걘 아마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 거야. 걔가 훨씬......
주임: 걔?
나나키: 분하네......
주임: ......
나나키: 해석해서 아웃풋 하기에는 대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게 부족해. 결국 익숙한 걸 강요하고 있었을 뿐이야.
좋아하게 되는 게 무서워서 사람을 피한 결과 작품의 깊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어......!
주임: 아냐.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하――
나나키: 그러면 안 돼. 그러니까――다시 만들 거예요. 반드시.
주임: !
(나나키 군...... 진지한 표정이야. 뭔갈 깨달았나 봐.)
......그렇구나. 그럼 새로운 곡 기대하고 있을게!
나나키: 네? 아......!
미안해요, 붙잡고 있어서. 얘기도 들어주고 있는데 혼자 얘기해서......!
주임: 으응. 사람이랑 이야기하면 머릿속이 정리되기도 하잖아. 나나키 군한테 도움이 돼서 다행이야.
나나키: ......고, 고맙, 습니다......
붙잡아서 미안해요. 목욕탕 잘 다녀와요.
주임: 응. 너도 잠은 챙기고. 막히면 또 얘기해 줘.
나나키: ............주임.
주임: 응?
나나키: 커피 맛이요.
주임: 어?
나나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맛.
주임: ......알았어. 기억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