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B02 전율 전대 월드 너무 엉뚱해!
[HAMA투어즈 회의실]
주임: 그, 이게 뭐야......?
아쿠타: 엑?! 반응이 왜 그래! 누가 봐도 컨셉이잖아?
주임: 으, 응......
나나키: 컨셉 자료랬지? 게......? 같은 게 그려져 있는데.
아쿠타: 같은 게 아니라 매끈이송편게거든. 아~진짜! 논점도 못 잡고!
키로쿠: 나......는, 좋......아...... 이, 그림......
우시오: 전시회를 하자는 게 아니잖아.
사쿠지로: 그림의 퀄리티는 뒤로하죠. 문제는 내용입니다.
아쿠타: 네~에.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자료 1페이지를 봐 주세요!
무네우지: 한 장뿐이다만.
아쿠타: 우선 컨셉은 역시 투쾅 콰광-하는 액션 같은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관객 한 명 한 명이 액션 스타가 되는 거야! 그치? 그치?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하지!
아쿠타: 이름하야 『관광 전대 관광 레인저! ~마인 매끈이송편게의 복수~』 개막~!
우시오: 레인저......?
무네우지: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특촬물을 공부했다고 했었지.
아쿠타: 아스고에 거대화된 매끈이송편게가 습격! 이 녀석이 좋아하는 건 관광객의 뇌수와 고기만두!
주임: (정신 나간 세계관이다......!)
아쿠타: 짓밟히는 교사들! 폭발! 도망치는 학생과 학부모! 그때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했지!
거기서 우리 『관광 전대 관광 레인저』가 멋지게 나타나서 사람들을 구하는 거야!
나는 관광 오렌지! 키로쿠는 퍼플이고 나나키는 터쿼이즈! 핑크 무네우지랑 우시오는 라임!
앗, 등장 씬도 폭발하면서 다섯 색깔 연기가 나오면 좋겠다. 전대물에는 필수니까.
그렇게 매끈이송편게를 쓰러뜨리고 아스고에 잠깐동안의 평화가 찾아오는데――
주임: 잠깐만, 그 전에 이 히시오동 같은 건 뭐야?
아쿠타: 저번에 먹었던 게 엄청나게 맛있어서 덤으로 그렸어.
나나키: 컨셉이랑은 상관없잖아.
아쿠타: 그럼 다음, 잘 들어주세요!
아쿠타: 그렇게 마지막은 마인 송편게랑 관광 레인저가 최고의 라이브랑 연극을 해서 완.결!
어때? 어때~?!
주임: 대략적인 컨셉은 한마디로...... 『전대물 액션』인 거지?
아쿠타: 오-케이!
나나키: 이거 얼마만에 떠올린 거야?
아쿠타: 몇 초?
사쿠지로: 몇 초만에 이걸 떠올릴 수 있는 건 제법이지만...... 꽤 지리멸렬하군요.
아쿠타: 지리멸렬! 예이예이!
주임: 사쿠지로 씨, 아쿠타 군한테 『지리멸렬』은 칭찬이나 다름없어요.
사쿠지로: 실례했군요.
우시오: 좋아하는 게 뇌수라니 너무 멀리 갔으니까 바꿔. 게다가 폭발이 너무 많지 않냐? 왜 그렇게 폭파시키려고 드는지 모르겠네.
아쿠타: 예술은 폭발이니까~
키로쿠: ......어떻게......폭파......하, 려고......?
아쿠타: 그거야 당연히 알이지!
무네우지: 바다로 돌아가 버렸잖은가.
주임: 알이라니?
나나키: 아――그게...... 알 모양 폭발이라고 비슷한 걸 얼마 전 dazzle에서 봤어서요.
우시오: 쓸데없는 애니메이션 얘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 아직 어린애라.
주임: (그건 그렇고 이렇게 엉뚱한 컨셉이 나올 줄이야...... 내가 둔했어.)
(좀 더 옆에서 받쳐주거나, 걸핏하면 폭주하는 아쿠타 군의 속도를 내가 컨트롤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우시오: 그래서 팀 이름은?
아쿠타: 그대로! 관광 전대・관광 레인저!
우시오: 초, 촌스러워서 말도 안 나오네.
주임: (내 책임이야. 일단 위기를 빠져나가야――)
나나키: ......이건 못 쓰겠는데.
키로쿠: ......
나나키: 일단 마인 송편게가 거대화하는 것도 재현할 수가 없고, 학교에 피해가 갈지도 모르고......
아쿠타: 아니아니아니, 그 부분은 그냥 그런 식으로 연기한다는 거고~!
우시오: 오픈 캠퍼스에 와서 연기를 왜 하는데?
무네우지: 설령 시늉만 하더라도, 학교에 와 주신 분들이 이 컨셉을 즐길 수 있을까.
남녀노소가 모일 테니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떤가.
우시오: 폭파 때문에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번에야말로 사회적으로 말살당할지도 몰라.
그렇게 쉽게 폭파 폭파~거리지 마. 우릴 위해서라도.
키로쿠: ......예산......을...... 생각...... 안 한...... 것...... 같아.
아쿠타: 우으......
나나키: 애초부터 컨셉으로는 아스고랑 HAMA랑도 상관없는 내용이잖아.
우시오: 엉뚱한 소리만 하지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컨셉을 내놓으라고.
아쿠타: ......계, 계속 듣자 하니 안 된다는 말뿐이잖아! 강아지 공원도 안 돼, 한 다음엔 『그래도』하고 칭찬해 주는데, 칭찬할 건 아무것도 없어?!
무네우지: 아까부터 그걸 찾고 있었다만 찾아볼 수가 없었어.
아쿠타: 띠로리......
키로쿠: ......그림은 ......아, 주, 좋다고...... 생각해......
아쿠타: ......
화장실.
주임: 아, 아쿠타 군.....!
(아쿠타 군이 웬일로 딱딱한 표정이었어...... 분위기를 환기시키야겠다.)
――얘들아! 좀 이르지만 쉬자.
[HAMA투어즈 사무실 층]
주임: (아쿠타 군은 뭐 하고 있는 걸까......)
나나키: ......
주임: 나나키 군! 아쿠타 군 지금 회의실에 있니?
나나키: 엇............ 몰라요.
주임: 그렇구나. 고마워.
나나키: ......네.
주임: (밑에서 아쿠타 군한테 줄 도시락을 사서 말을 걸어볼까...... 기운 내라고.)
[HAMA투어즈 뒤쪽 부두]
아쿠타: ............
나나키: 뭘 그리 멍하니 있어?
아쿠타: 우오?! 나나키잖아. 깜짝이야!
나나키: 놀래켰구나. ......나도 거기 앉아도 돼?
아쿠타: 앉아~ 내 것도 아니지만.
나나키: ......아까 일 때문에 풀 죽었을 것 같아서. 계속 퇴짜만 맞았으니까.
아쿠타: ......아~
나나키: 나도 작곡하고 있으니까 알 것 같다고 할까――
작품이란 내 알몸이나 마찬가지잖아? 그걸 다른 사람의 눈에 드러내는 게 무섭다는 것도 잘 알아.
그래도 뭐랄까...... 만약 100점이 아닐지라도 먼저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아.
우린 많은 걸 시작하기 위해서 관광 구청장이 됐으니까 말이야.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이 있을 테고, 우릴 부정하는 녀석들이 있거나 그런 녀석들 천지겠지만――
그래도 난 반드시 시작해 보일 거야. ......너도 마찬가지잖아?
아쿠타: 훗.
나나키: ?
아쿠타: 고마워! 나나키는 상냥한 천재야. 그래도 난 하나도 안 우울해!
내 장점을 몰라주는 사람들은 내 카리스마를 가리는 녀석들이니까――
그런 건 무시하는 수밖에 없어. 간단하지?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자유』도 있다고. 삼촌이 했던 말 따라한 거지만.
나나키: ......
나나키: 풋...... 하하하하......! 괜히 걱정했네. 역시 아쿠타는 악착같아서 좋다니까. 재밌어.
아쿠타: 그.래.도.
......이번엔 아직 무시하고 싶지 않아.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그래서 하기 싫어.
나나키: ......
아쿠타: 아, 이거 먹을래? 맛있다. 아까 키로쿠가 와서 아무 말없이 주고 갔거든.
나나키: 어린이용 계란과자...... 왠지 키로쿠 답네. 잘 먹을게. 우물우물......
아쿠타: 우물우물...... 그러고 보니 오모테나시 라이브용 음악, 네가 만들어 줄래?
나나키: 어?
아쿠타: 네 노래는 최고니까! 처음부터 만들어 달라고 하려고 했어!
나나키: 아...... 응, 그게, 뭐...... 좋은데...... 아니, 좀 더 생각해 볼게.
사실 요즘 슬럼프가 왔거든.
아쿠타: 에엑! 왜?!
나나키: ......그게......러......
러...... 러브송 밖에...... 못 만들겠어서.
아쿠타: 뭐어~?!
나나키: 나도 안 하고 싶고, 또 악순환에 들어간 것 같아서 적당히 하려고는 하는데. 그래도......
아쿠타: 뭘 중얼중얼거려? 그리고 러브송은 필요 없거든? 평범한 게 나은데.
나나키: 알아. 하지만―― 자나 깨나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게 있잖아?
아쿠타: ......
나나키: 내가 요즘 그래. 그래도 이건 너한테만 말한 거고......
아까 그 컨셉은 하고 싶은 게 뒤죽박죽 엉켜 있었으니까.
네가 잘 떠올리는 한 가지를 중심으로 적용시키면 좋을 것 같아.
영화 같은 게 아니라 좀 더 내면적인 거라고 할까――
아쿠타: 내면적...... 예를 들면?
나나키: 예를 들면――사, 사랑의 괴로움, 이라든지......
주임: 아~! 아쿠타 군이랑 나나키군, 여기 있었구나.
나나키: ......?!
아쿠타: 오~ 선생님!
나나키: 그, 그럼 난 여기서 이만! 이따 봐!
주임: ......나나키 군, 가 버렸네.
아쿠타: 응.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