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A하우스 부엌]
키로쿠: (두 시간 뒤에 프로듀서 분이랑 회의......)
(떨려서 식욕이 생기질 않아......)
......
(이럴 땐 매실 장아찌(梅干)가 좋다고 엄마가 그랬지. 먹고 나서 회사에 가자.)
[HAMA투어즈 회의실]
프로듀서: 『――그래서 투어 행사장은 하마아스나로 고등학교로 조정 중이시군요.』
키로쿠: 네, 에...... 건물, 을 투영한, 매핑......으로, 다이내믹, 하게, 그림을 전시...... 하고 싶어서......
(다 같이 불꽃놀이를 올려다보는 것처럼.)
밤에...... 학교에서, 그림을 즐기는, 그......런 경험을, 시켜 주고, 싶어요......!
주임: 커다란 벽면과 공간을 연출하는 음향 설비에 충분할 주위 환경. 하마아스나로는 그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데다 퍼스트 투어의 실적도 있죠.
프로듀서: 『......』
키로쿠: ............
프로듀서: 『괜찮네요. 밤의 학교라는 점이 비일상을 연출해 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거대 오뚝이의 라이브 페인팅이 이벤트의 중심인 것도 재미있어요.』
키로쿠: (......! 다행이다......)
주임: (다행이다, 키로쿠 군.)
프로듀서: 『꼭 이렇게 해 주세요.』
주임&키로쿠: 감사합니다! ......사합, 니......다.
사쿠지로: 그럼 오늘 마지막 의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이야기하셨던 라이브 페인팅을 비롯해 이번 투어에서 사용할 『오뚝이』의 디자인 말입니다만.
주임: 콜라보니까 6구청장인 키로쿠 군이 디자인한 오뚝이를 곳곳에 전시하고 싶어요.
프로듀서: 『라이브 페인팅도 키로쿠 군이 하기로 했으니 공간에 통일감도 생겨서 완벽하겠군요.』
『하지만, 전통 공예품이기도 하니 어떤 디자인을 상정하고 있으신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사쿠지로: 자, 키누가와 군.
키로쿠: 네, 에......! 자료, 공유할, 게요......
(이번엔 스스로, 빠르게, 꺼낼 거야......!)
주임: (키누가와 군이 순조롭게 화면을 공유했어......! 시작하기 직전까지 조작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지......)
프로듀서: 『흐음......』
키로쿠: 이건...... 전시용...... 오뚝이 인형, 러프 디자인...... 이에요. 세 가지...... 있어, 요.
프로듀서: 『......』
키로쿠: (어라...... 반응이, 좋지 않은데......?)
어, 그...... 첫 번째, 오뚝이의 의도, 는――
프로듀서: 『으음......』
키로쿠: ......!
프로듀서: 『아, 보여줘서 고마워. 난 싫지 않아. 그런데――』
『이러면 조금...... 너무 독창적이라 잘 와닿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키로쿠: 네......?
프로듀서: 『카가 마키에(加賀蒔絵)처럼 금과 은 무늬를 쓴 부분이나 아이디어는 좋지만...... 색이 조금 칙칙해서 인상이 흐릿해.』
키로쿠: 색...... 흐릿......
(트, 틀렸, 어...... 틀렸던 거야......)
주임: 저, 이건 아직 러프라서요...... 키로쿠 군, 의도까지 말씀드리자.
키로쿠: 그, 게......
프로듀서: 『저도 아마추어는 아니니 러프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요. 그보다――』
『자기만 즐거울 뿐인 작품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키로쿠: ......
프로듀서: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받아들여 줄 만한 디자인으로 할 수 있을까요?』
키로쿠: ............
(『많은 사람이 받아들여 줄』――...... 나는, 그런, 거......)
죄송, 합니다...... 다시...... 만들게요......
주임: 잠깐, 키로쿠 군. 조금만 더 얘기해 보자. 좀 더 맞춰나가면――
키로쿠: 다시, 만들게요......
(아......)
키로쿠: (징그러워서, 죄송해요.)
「――가, 간사이로 전학, 간다고......?!」
「......」
「――가 없어도, 난 괜찮, 아......」
「......왜 그런 소리를 해?」
「그래도, ......못 바꾼, 다며.」
「이제 나랑 아날로그 안 그려도 돼서 그래?」
「아니...... 내 말은, 내 그림이랑――그림은, 전혀......」
「――! 역시 넌 내 그림을――취급하고 있었구나?」
「......그게 아니라......」
「너도――징그――그림이나 그리는――주제에!」
[HAMA하우스 연습실]
우시오: 뭐? 그렇게 준비했는데 욕먹었다고?
주임: 아냐! 그런 것까지는 아니고, 좀 까다로운 피드백을 받았거든.
무네우지: 과연...... 그렇군.
아쿠타: 음~...... 그래도 그건 어린애 상대로 거리낌 없이 프로듀서로 봐 준 게 아닐까?
난 『고등학생이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 키로쿠를 얕봤던 게 살짝 마음에 안 들었단 말이지. 그 와타나베 시리즈.
무네우지: 즉 첫 회의 때보다도 키누가와를 의젓하게 봐 주고 있다는 것이군.
아쿠타: 그리고 삼촌이 그랬는데, 『프로듀서』는 독특한 재능을 널리 내놓기 위해 중간다리 역할을 해 주는 게 일이잖아? 일하고 있는 거네!
우시오: 아하하, 너야말로 어른을 얕보고 있잖아.
무네우지: 그래서, 주임은 우리에게 키로쿠의 서포트를 부탁하겠다는 건가?
주임: 응. 키로쿠 군은 다시 그리겠다고 했지만 우울한 상태에서 할 수 있을지......
다시 일어서 줄 거라고 믿고는 있지만, 키로쿠 군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올 수 있게 곁에서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키로쿠 군이 마음을 열고 있는 아이들이니까......)
아쿠타: 맡겨만 줘!!
무네우지: 알았어. 이소타케의 코 밑에 발랐던 립밤을 새로 마련해야겠다.
아쿠타: 그건 안 돼! 키로쿠 입술이 죽고 말 거야아아!
우시오: 근데 판다 어디 갔어?
무네우지: 나나메기는 악곡 제작을 한다면서 방에 틀어박혀 있어.
주임: 그렇구나......
(그 곡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시간을 들여야만 납득할 수 있는 거겠지.)
(분명, 키로쿠 군도――)
[HAMA하우스 3층 발코니]
키로쿠: ......
(크로키 노트, 아직도, 새하얀데, 해가 지고 있어......)
루젤: 나참! 키로쿠는 hard work로 열심히 했는데, 그런 식으로 퇴짜를 맡다니 heartless야!
데와와: 잠 덜 깬 소리 하고 있네. 열심히 했다고 상 받을 수 있는 건 초등학생 까지잖냐?
키로쿠: (......그래, 이건...... 일이니까.)
KB: 자신을 다루어 상대가 바라는 것을 제공하여야 한다.
핑후: 즐겁게 그리면 안 된다니 진심인가~?!
키로쿠: (다시 그려야, 하는데.)
키로쿠: (떠오른 끝자락에서부터, 선을 만들기도 전에 가라앉고 말아. 말라비틀어지고 말아.)
(결국, 모든 게, 없어지고 말아......)
데와와: 아~ 너, 무서워 무서워~ 하면서도 기대하고 있었던 거냐?
KB: 자신의 세계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데와와: 딱 한 번 보고 '와~우, 원더풀~! 이렇게 하자!'면서 무조건 칭찬받을 줄 알았지?
루젤: 그게 뭐가 나쁜데?!
핑후: 좋은데, 좋은데. 인정욕구 만세~!
리프리스: 그래도 그걸로...... 우울해하는 건...... Zzz......
키로쿠: (너무 염치없잖아......)
???: 『......왜 그런 소리를 해?』
키로쿠: (왜 그림 따위를 시작했을까.)
하......아............
(힘들게 만들어냈다가, 마지막에 가서 거절당하면 나를 통째로 지워서 없애버리고 싶어져.)
(마음이 분노와 슬픔의 색으로 뒤덮이고 말아.)
......허...... 허......억.
루젤: 키로쿠, What's happen?!
키로쿠: (숨이...... 안, 쉬어지......)
KB: 어째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겠나?
키로쿠: 모르겠, 어......
(숨을 잔뜩, 들이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데와와: 누구의 뭐 때문에?
키로쿠: ......내...... 그림, 때문에......?
핑후: 무슨 말을 들었더라~?
키로쿠: 독창, 적......
리프리스: 아님다아~...... 잘...... 떠올려, 봐여......
키로쿠: 나, 는――
???: 『너도 징그러운 그림이나 그리는 주제에!』
키로쿠: (......징그러운, 그림.)
징그러, 워......
징그러워, 징그러워, 징그러워......
(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그러워징)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무도 못 보는, 내가 좋아하는 『징그러움』을 부정당하지 않는――)
키로쿠: (나만의 장소...... 갈비뼈 안쪽.)
키로쿠: ......
(......그래. 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날 알아주길 원할 필요 따위 없어.)
관두겠다고, 하자......
지금이라도...... 호스트를, 바꿔달라고――
나나키: 키로쿠......!
키로쿠: 히익?! 나나메기......?!
나나키: 허억...... 허억...... 빨리 들려주고 싶어서...... 뛰어왔어......!
키로쿠: 어......?
나나키: 이번에야말로 완성됐어. 진정한 네 세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