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A하우스 3층 발코니]
나나키: 들어 봐. 너랑 네 친구들이 있는 세계를 떠올리면서 만든 곡이야.
키로쿠: ............!!
(전에 들었던 거랑 전혀 달라...... 그래도 비슷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마음속에 울려 퍼져......)
너, 한테...... 나는...... 이렇게......
나나키: 맞아. 네 세계는 많은 소리로 가득 차서 당장이라도 넘쳐흐를 만큼 생생해.
나한테는 그렇게 들리고 있어.
키로쿠: 나나메기......
(내 개성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고, 넓혀서, 받아들여...... 준, 거야......?)
(그래도......)
............
나나키: 아~ 그게, 별로......였구나.
키로쿠: 아, 아냐......! 엄청, 좋, 아. 정말, 로.
다른, 것, 때문에......
나나키: ......아, 전시물 디자인 다시 만든다며?
키로쿠: 응......
나나키: 다른 애들한테 들었어. 나도 그 디자인은 다 좋았는데.
키로쿠: ......
넌...... 어떻게...... 사람들한테, 들려줄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쉽게......
나나키: 어?
키로쿠: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았어. 다른 애들한테, 좋다는 말을 들어도...... 프로듀서 분한테 부정당해, 서, 머리...... 새하얘, 졌어.
만약, 좋다고 해 주는, 사람이...... 999명 있어도...... 단 한 명한테 부정당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힘들어.
내, 작품을, 보여주는 게...... 무서워.
나나키: 하......하하.
키로쿠: 왜...... 웃는......
나나키: 아니, 미안. 넌 담백해 보이면서도 사실은 욕심이 엄청 많구나 싶어서.
키로쿠: 욕심...... 많......?
나나키: 왜냐하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긍정해 준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키로쿠: 그건...... 맞, 지만......
나나키: 프로듀서 분은 자기만 즐거우면 안 된다고 했잖아. 넌 그게 맞다고 생각해?
키로쿠: 으...... 응.......
나나키: 왜?
키로쿠: 그게...... 나 같은 것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많은 걸, 알고 있는 어른이......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을, 테니까......
나나키: 그런가? 난 내가 즐겁지 않은 걸 다른 사람이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키로쿠: ......!
나나키: 네가 만든 오뚝이 인형이 내 마음에 들었던 건 네가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서야.
(해석과 존경과 바람이 담겨 있었어.)
그게 아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야. 내가 즐거워서 만들고 있으니까 곡을 낼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만든 작품은 반드시 사람들에게 전해질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키로쿠: 그래도, 이런...... 징그러운, 게......
나나키: 나는 징그럽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프로듀서 분이 그러셨어?
키로쿠: 아, 아니...... 일단, 좋다고, 하셨어......
나나키: 그럼 순수하게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나도 네가 내 곡을 좋다고 말해 준 걸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어.
키로쿠: ......
나나키: 네가 즐거운 걸 만든 다음 프로듀서 분이 원하는 거랑 조절해 볼 필요가 있겠지.
키로쿠: 그런 건, 너무, 어려워......
나나키: 어렵겠지만, 할 수 있을 걸. 그야...... 넌 이미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재능을 키우고 있으니까.
키로쿠: (나나메기...... 나에 대해서, 그렇게......)
나나키: 그래도 망설여지거나 자신감이 없어지면 또 이렇게 얘기해 줘.
그리고 같이 '바보, 보는 눈이 없다니까~' 라면서 화내고 슬퍼하면서 창작해 나가면......
그것도 꽤 즐겁지 않겠어?
키로쿠: 화내고 슬퍼하는 것도...... 즐거워......?
(분노든 슬픔이든 마음을 뒤덮어서 떠오르는 걸 가라앉게 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내 방식으로 섞어서 부풀리면, 즐거운, 걸까.)
그런...... 가......
(그럴지도, 몰라.)
(나나메기나, 다른 애들이랑......)
(친구들과, 함께라면.)
나나키: 그래. 왜냐하면 우린 천재니까. ......그치?
키로쿠: 나나메기......
이 곡, 나한테 보내 줘. 지금.
[HAMA하우스 뱀 방]
키로쿠: 연필...... 깎아야, 해.......
아쿠타: 넵, 스승님! 한 다스 깎아 놨슴다! 나나키 선생님 샘플도 최대 출력 무한 루프 설정했슴다!
나나키: 키로쿠, 저녁은 먹었어? 배는 안 고파......?
무네우지: 나츠야키 씨가 조언을 해 주었다만, 이렇게 집중하고 있을 땐 입가에 영양식(栄養ゼリー)을 묻혀서......
아쿠타: 타오 씨한테 전수받은 노 룩&노 브레스 마시기!!
우시오: 근데 이거, 다 러프야......? 완성 수준의 퀄리티인데......
키로쿠: 완성이, 아냐. 8할, 정도......지만, 그 정도로, 마무리해 두지 않으면...... 다 전해지지, 않아......
무네우지: 장수가 많군. 정리해 두어야겠어.
아쿠타: 그래서, 이 러프 몇 장 그릴 거야?
키로쿠: ......100장.
아쿠타: 백?!
키로쿠: ......내가, 좋아서...... 그리는 거랑...... DNA를...... 남기면서, 알기 쉽게 그린 거...... 조금씩 다르게 그리고 있으, 니까.
어느 정도까지...... 내, 개성을, 드러내도 될지...... 이렇게...... 물어볼, 거야.
러프 디자인, 겨우 세 장으로는, 부족했어...... 분명, 그것뿐, 이야.
우시오: 장수로 입을 다물게 하겠다는 거잖아. 불상 치고는 공격적이네.
나나키: 키로쿠...... 넌 역시 대단해.
(질투가 날 정도로...... 아니, 확실히 해 둘까. 같은 표현자로서.)
나도 좀 더 곡을 브러시업 해야겠다......!
키로쿠: (이 100장을, 즐기자. 나 자신을 위해.)
그리는 거야...... 나나메기가 들려준, 내 세계를.
건네고, 받고,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만약 다음에 또 부정당하더라도,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