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 78개 중 저쪽 반 오노 군이 실종된 지 4일째.
키로쿠: ......
아쿠타: 오오~......! 대애애박......!
키로쿠: ......?!
아쿠타: 밤의 옛 건물, 달빛 아래 칠판에 그려진 초 에너제틱한 거대 아트......!
대박 소름 돋았어! 이거 뭐야?! 뭘 그린 거야?
키로쿠: ............!
아쿠타: 아니! 뭘 그린 거냐고 묻다니 촌스럽지.
이건――우주를 그린 거야! 그렇지?!
키로쿠: ......윽......!
아쿠타: 앗, 잠깐만! ――가버렸네.
......요정인가?
나나키: ......
아쿠타: 욧!
달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울적한 미청년 발견~
나나키: ......너.
설마 매일 여기 오는 거야?
무네우지: 나와라. 거기 있는 거 알아.
아쿠타: 뜨끔!
내 MI6에서 훈련받은 카모플라쥬 위장술을 간파하다니...... 꽤 하는군!
무네우지: 대놓고 기척이 느껴졌어. 목표물에 다가갈 때에는 마음을 억눌러라.
아쿠타: 아하하! 그래서 뭐 하고 있었어?
무네우지: ............
납치된 아버지를 찾고 싶어.
우시오: 아, 잘 됐다. 바보타케.
어차피 넌 별 의미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있잖아...... 이상한 애 못 봤어?
아쿠타: 어? 누구?
우시오: 그게 그..... 무전기 같은 걸 들고 있고 헬멧 쓴 이상한 애.
아쿠타: 78개 중 저쪽 반 오노 군이 실종된 지――
5일째――
주임: 노이즈 때문에 영상이.....
아쿠타: ......5일째. ......폭발 당일 영상은 거의 이 상태야.
깨졌어.
우시오: ――쁘아아...... 젠장, 깜짝이야!
그런 데서 귀신처럼 멍하니 서 있지 마! 진짜 민폐라고......!
나나키: ......
무네우지: 아까 교장을 본 것 같은데――
키로쿠: ......
무네우지: 그렇군. 못 봤......구나.
아쿠타: 오늘은 다 모였네.
아쿠타: 이게 무슨 소리지?
아쿠타: 저때부터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우시오가 화들짝 놀라고...... 정신 차려보니 다섯이서 뛰어다니고 있었어.
가장 중요한 폭발 전후 상황은 못 찍었고, 경찰들이 안 된다고 했지만――
이걸 세상에 내놓으면...... 사람들이 봐 준다면.
......그 녀석들이 나를 다시 봐 줄까?
내가 폭파범이 아니라는 걸 알아줄까?
많은 사람들이 날 알아줄까? 다들 날 봐 줄까?
(그 알...... 특별함이라는 증명......은 부서졌지만――)
내가 다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주임: 아쿠타 군...... 왜 그렇게까지――
아쿠타: 예전에 명절 모임이 있었을 때 친척 할머니가 엄마한테 욕을 했는데, 난 그때 아무것도 못 알아들었어.
삼촌이 나한테 히라가나로 붙여 준 『芥(아쿠타)』라는 이름도―― 1
한자 한 글자인 게 더 멋지다고 생각했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지.
그래도 이제 와서 알았어. 많은 걸 알게 됐어......!
나는 사실 외톨인가 봐.
나 외로워. 외롭다고.
주임: 아쿠타 군――
아쿠타: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나를 돌아봐 줬으면, 나를 한가운데에 둬 줬으면 좋겠어서――
다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을 마무리할 복선들이니까 '두고 봐', '마음대로 떠들라지' 하고!
깊게 생각 안 하고 무턱대고 믿어 왔는데!
그래봤자 사실 내 속에는――아무것도 없잖아.
그래서 이름이 『芥(아쿠타)』인 게 아닐까? 속이 텅 비어 있으니까.
주임: 아쿠타 군.
아쿠타: 우주 최고 은하계 대감독은커녕 그냥 텅 비어있는, 별 대수롭지도 않은 『芥(쓰레기)』인 게 아닐까?
어릴 땐 의심도 없이 믿었어. 하늘이나 길거리랑 사람들도, 그냥 부는 바람조차도 나를 위해 있는 줄 알았어.
뭐든 떨쳐낼 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
있었는데, 매일 조금씩 사람들이 뭐라고 할 때마다 마법에서 풀려나는 것처럼 점점 세상이 변해 갔어. 아니, 내가 변해 갔어......!
결국 나는――
아쿠타: 그냥 성가시고 초라하고 평범한 사람일지도 몰라......! 분명 그럴 거야!!
으아아아......! 아아아아!!
주임: 아쿠타 군......!
아쿠타: 흐아아아, 아아아아아!!
주임: 아쿠타!
아쿠타: 아............
주임: 텅 비어있고 하찮고 평범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천재야!
보통은 타협하거나 포기하고 좌절하는 순간에도――
아무리 상처받고 무슨 소릴 듣든 이 악물고 온 힘을 다해 매달리는 사람이야말로!
아쿠타: ............
주임: 언젠가 영감이 찾아올 때까지 스스로를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천재야!
나나 사쿠지로 씨, 당연히 낮 조 애들도. 사람을 밝게 만들어 주는 아쿠타 군의 재능을 알고 있고, 거기에 구원받은 사람도 있어.
동경하는 사람도, 그렇게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사람도 분명히 있어.
다들 아쿠타 군을 믿고 있어.
아쿠타: ............
주임: 아쿠타 군이 아무래도 자길 믿을 수 없겠다면――
아쿠타 군을 믿고 있는 우리를 믿어주면 안 될까?
용기를 내서 버텨 줘. 지지 말아 줘. 가장 힘든 이 순간이 엔딩을 바꿀 분기점일 거야.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다면 분명 이 여름은――
네가 앞으로도 헤매거나 멈춰 서게 될 때.
몇 번이고 용기를 줄 여름이 될 거야.
그러니 꼭 칠칠치 못하고 한심하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기운 내야겠지!
아쿠타: ――......
...... 그래...... 그렇구나......
알았어......
주임: 아쿠타 군.....
아쿠타: ...... 훌쩍......
선생님, 티슈......
주임: ......응, 여기.
아쿠타: ......
그때――못되게 말해서...... 미안해.
주임: 응.
아쿠타: 그리고...... 고마워.
- 쓰레기. 티끌. 먼지. 혹은 하찮은 것을 주로 의미함. 아쿠타(あくた)는 해당하는 한자의 훈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