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네이터: 나 참...... 지역 활성화에 대한 공부를 위해 협력을 요청하셨던 것 같은데, 제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나키: ......
코디네이터: 툇마루를 걷다가 갑자기 부딪혀서 그만――사람이 넘어진 걸 보고 사과가 아니라 저런 괴상한 비명이나 지르다니......!
우시오: ......그쪽이 넘어진 거잖아요.
코디네이터: 안 다쳤으면 됐다는 소리나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어린 아이들이 쇼도시마 여름 축제 운영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군요......
주임: 뭐라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간노스케 씨, 정말 죄송합니다!
우시오: 사과하면 더 기어오를 텐데. 정면충돌에서 과실이 0이라는 건 대부분 말이 안 된다고요.
주임: 이 녀석.
간노스케: 저는 몇년 전 쇼도시마로 이주했습니다. 본가는 도쿄에 있지만요.
어느 예술 작품의 아티스트로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지만――번잡한 도시에 싫증이 났거든요.
창작 활동에 집중하고 싶을 때에만 찾는 곳으로써 쇼도시마를 선택했습니다.
키로쿠: ......
간노스케: 몇 년동안 이 섬에서 살아서 알게 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안하게 느껴져요.
섬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성의껏 사람을 대접하고, 그 어떠한 경우에도 진지하게 대응하도록 명심한다. 중요한 건 그런 자세가 아닌가요?!
주임: 네, 맞아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죄송합니다!
간노스케: 저는 관광과에도 소속되어 있지만, 쇼도시마는 심각한 인력 부족입니다. 그리고 여름 축제는 일주일 후......
『파견 관광 구청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오만한 태도로는 축제를 도와봤자 잘 될 리 없어요!
나나키: 그냥 트집에 가깝지 않나, 이거.
주임: 욘석아......!
나나키: 그런데 이 사람 누구랑 닮지 않았어?
키로쿠: ......응.
우시오: 그러게. 누구더라...... 기억 안 나는데.
주임: 수다떨지 마!
간노스케: 나 참 요즘 애들은...... 한심하구만. 꾸중을 듣고도 얼굴이나 이름을 감추려는 아이도 있고 세상이 말세군요!
우시오: 네 얘기 아냐?
무네우지: ?
우시오: 헬멧.
무네우지: 아, 실례했군.
딱히 감추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만, 이미 내 몸에 일체화된 것과 마찬가지인 헬멧이기에 생각지도――
간노스케: 옷......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주임: 저...... 괜찮으세요?! 갑자기 허리를 삐시고, 왜 그러세요?!
간노스케: 무슨 시치미를 떼고 계십니까......! 신이 만든 최고의 조형물을 직접 보고도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주임: 최고의......? 아니, 미소년이 나타나서 놀라기는 했지만요.
간노스케: 얼굴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속눈썹이에요.
주임: 네?
간노스케: 신의 속눈썹입니다!
나나키: ......이 사람 뭐라는 거야? 괜찮은 건가?
간노스케: 카구야 군이라고 했지?! 너의 신이 내린 속눈썹의 형태...... 완벽해! 360도 어느 각도에서 봐도 퍼펙트!
자라난 방식부터 털의 모양까지 빈틈없이 섬세하고 화려해! 신이 한 짓이 틀림없어!
무네우지: 그런가.
간노스케: 천 년에 한 번뿐인 재능......! 신이시여, 저는 영원히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우시오: 이 사람 무서운데.
주임: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하다는 거죠?
간노스케: 사실 저는 일본에서는 몇 명 없는 속눈썹 아티스트입니다.
주임: 다, 다양한 아티스트분들이 계시는군요.
간노스케: 속눈썹에 매료되어 속눈썹을 칠한 지 오랜 세월, 쇼도시마에서 지금 이 순간 신의 속눈썹을 만날 수 있다는 건――그야말로 운명.
아까 했던 말들은 철회하고 싶군요. 자네의 속눈썹이라면 여름 축제든 지역 활성화든 뭐든 다 잘 될 거야.
무네우지: 영문을 모르겠으나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니 기쁘군.
주임: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나나키: 난 불안한데......
우시오: 동감.
주임: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미션을 정리할게요!
저희들은 파견 관광 구청장으로서 일손이 부족한 쇼도시마의 여름 축제 운영을 돕고자 합니다.
간노스케 씨도 말씀하셨지만, 여름 축제는 일주일 뒤예요.
준비 기간을 포함한 공헌 포인트를 채점해 그 성적으로 관광 구청장 취임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여기까지 질문 있으실까요?
키로쿠: ......저.
주임: 그래, 키로쿠 군.
키로쿠: ......이소타케......가...... 없어.
주임: 응?
키로쿠: ......설교가 시작했을 때부터...... 쭉, 안 보였.......어.
주임: 뭐라고?!
아쿠타 군! 어디 간 거야!
(신발도 없어졌어...... 아마 첫 번째 살인으로 소동이 일어났을 때의 혼란을 틈타 숙소를 빠져나간 거겠지.)
전화도 안 받고, 야단났네. 간노스케 씨는 나가려고 하니까 이상한 말씀이나 하시고......
간노스케: 이 주변에는 『속눈썹 요괴』가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주임: 가, 갑작스러운 정보 감사합니다.
확실히 쇼도시마는 요괴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간노스케: 만일 이소타케 군이 속눈썹을 뽑는 요괴한테 잡혀있다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주임: 눈에 먼지가 잔뜩 끼어서 큰일이네요! 서둘러 찾으러 가야겠어요!
[쇼도시마 오토마리 추자에몬]
주임: (하지만 단서가 없어...... 어떡하지......)
(저건...... 사쿠지로 씨의 차 소리다!)
사쿠지로 씨! 도착하신 참에 죄송하지만 아쿠타 군이――
아.
아쿠타: 헤헤. 잡혀 버렸어.
사쿠지로: 영화촌 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대로 주워왔습니다.
주임: 역시 사쿠지로 씨예요! 감사합니다!
(아쿠타 군은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간노스케: 오오, 찾으셨군요. ......속눈썹이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럼 저는 이만.
주임: 걱정을 끼쳐드렸네요...... 감사합니다! ......넌 이따가 설교야.
아쿠타: 네에.
주임: 얘들아, 아쿠타 군 찾았...... 어라? 뭐 먹고 있니?
우시오: 소면 튀김.
나나키: 웰컴 푸드로 놓여 있던 거예요. 바삭바삭해서 맛있어. 주임도 먹을래요?
주임: 으응, 이제부터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가야 하니까 과자는 나중에 먹자.
우시오: 뭐? 다 같이? 징글징글하게 떼거지로?
아쿠타: 좋은데 뭐. 재밌을 것 같고, 배고파~
우시오: 난 안 가. 식사 같은 사적인 부분까지 단체 행동을 강요받다니 딱 질색이거든. 의무도 아니고.
나나키: 나도 안 갈래. 재밌게 있다 와.
아쿠타: 무네우지는 갈 거지? 그치? 최고로 맛있는 밥, 배 터질 때까지 먹자.
무네우지: 같이 갈게.
주임: 그럼 키로쿠 군은――
키로쿠: ............나도...... ......안 갈......
아쿠타: 아~ 다들 그러지 말고! 가고 싶잖아? 너네 기분 잘 아니까 괜찮아!
키로쿠: 아니............
아쿠타: 네, 결정. 징글징글하게 떼거지로 행복해지자~! 예이~!
키로쿠: ......
주임: 오케이, 그럼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