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도시마 해변]
나나키: ......왜요? 굳이 밖으로까지 쫓아오고. 오후부터 자유행동이라면서.
주임: 그건 그렇지만......
(나나키 군의 컨디션이 이상해 보였으니까, 라고 하긴 좀 그렇고...... ......그래!)
같이 섬을 둘러보자고 하려고!
나나키: 같이?
주임: 그래. 여행에는 길동무가 있어야 든든하다는 말도 있고, 친해지고 싶으니까.
나나키: ......
주임: (고민하는 것 같네. 하나만 더......! 좋은 건덕지나 아이템 없으려나......)
『렌터 사이클』로 시원한 바람 좀 쐬자!
[쇼도시마 도로]
주임: (그, 렇게 해서......)
아쿠타: 웃효~! 기분 좋다~~~! 역시 자전거 최고! 바람을 타고 어디든지 가보는 거야~!
우시오: 바보도 탈 수 있구나. 몰랐네.
나나키: 트집은.
주임: (나나키 군이랑, 나도 갈래! 라고 말해 준 아쿠타 군이랑――)
(시험 삼아 같이 가자고 했더니 드물게 OK 해 준 우시오 군이랑 사이클링 하는 중......인데.)
나나키: ......
주임: (아직도 표정이 조금 딱딱하네......)
아쿠타: 있잖아! 끝말잇기 하자! 사실 난 끝말잇기가 특기거든~! 알고 있었어?
우시오: 알고 있었을 리 없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주임: 앗, 그럼 포지티브 끝말잇기는 어때? 밝고 기운 나는 단어만 말해야 하는 걸로.
나나키: ............
아쿠타: 좋은데! 찬성~! 그럼 나부터 간다~! 끝말잇기(しりとり)의 『기(り)』!
나나키: ......『이별(りべつ)』.
주임: (전혀 포지티브하지 않아......!)
투, 투...... 『투어(ツアー)』!
우시오: 나까지 해야 돼? 멋대로 끼워 넣지 말라고, 귀찮게.
......『하품(あくび)』.
아쿠타: 에~ 하품도 포지티브인가? 다르지 않아?
우시오: 뭐?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거 아냐?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하루도 힘내자』하면서 나오는 상쾌한 하품일 수도 있잖아. ......흐아아......암.
주임: (엄청 따분하다는 듯이 하품하고 있잖아......)
아쿠타: 그렇구만. 그럼 『미용사(びようし)』! 매번 머리 맡아주는 형이 재미있는 얘기 해 줘서 완전 좋아!
나나키: ......『자연 소멸(しぜんしょうめつ)』.
주임: 투...... 『투어리스트(ツーリスト)』!
우시오: 판다는 네거티브고, 주임은 여행 관련된 것뿐이잖아.
주임: 판다?
우시오: 얼굴만 좋아서 손님만 꼬이는 판다 같길래. 어쨌든 시간도 아깝고 하는 의미가 없――
으아악!
주임: 우시오 군 왜 그―― 으악!
아쿠타: 뜨햐아아아아아!
주임: 둘 다 괜찮아?!
아쿠타: 아야야야......
주임: 안 다쳤어?!
우시오: 날......아왔어.
주임: 뭐?
우시오: 5mm도 넘는 커다란 날개 달린 벌레가 날아왔어! 벌레 퇴치 스프레이 뿌릴래! 잠깐 휴식해!
하아, 하아...... 저렇게나 큰 벌레가 있다고는 안 했잖아...... 못 참아......!
주임: (핏대 선 눈으로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어......)
아쿠타: 나도 뿌려줘~
우시오: 바보타케한테 갔던 벌레가 나한테 붙는 것도 싫으니까 오늘은 특별히.
아쿠타: 앗싸!
우시오: ......그쪽도.
주임: 와아, 고마워!
그럼 나나키 군도――
나나키: ......
주임: (이어폰을 끼고 있네...... 셧다운 상태라는 건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나나키 군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우시오: 제가 알 것 같아요?
주임: ......미안.
우시오: 그럼 처음부터 물어보질 말든가.
저거나 봐요. 바보타케가 또 폭주해서 혼자 어디론가 가버리려는 것 같은데.
주임: 진짜네......! 이 녀석, 아쿠타 군! 기다려! 거기로 가면 안 돼!
우시오: 그럼......
나나키: ......
우시오: ............
나나키: ......하아......
우시오: (우와, 우울하다고 어필하는 건가?)
(조금 닮았다는 건 또 뭐야? 아니, 닮아서 더――)
나나키: ............하아아.
우시오: 와...... 캐해석 완전 달라.
[쇼도시마 엔젤로드]
주임: 와, 섬으로 가는 좁은 길이 생겼네! 딱 좋은 시간대에 왔나 봐!
아쿠타: 뭐야 뭐야? 여기 어디야~? 어라, 웬 섬?
주임: 여긴 엔젤로드라는 곳이야. 봐, 밀물이 들어왔다 나가면서 저 길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지.
길을 지나서 섬으로 갈 수 있어.
나나키: ......
주임: 엔젤로드는 천사의 산책로라고도 불려요.
관광객A: 호오......
주임: 소중한 사람과 손을 잡고 건너면 두 사람 사이에 천사가 내려앉아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전설도 있어 낭만적인 관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객B: 헤에......
주임: 그리고 이 등산로는 『약속의 언덕 전망대』로 이어져 있고, 산 정상에는 『행복의 종』이라는――
관광객C: 그래서, 그래서?
주임: (어, 어라...... 정신 차려보니 관광객 분들이......)
우시오: 무료 관광객인 줄 아는 거 아냐? 이거 어떡할 거야. 금세 혼란스러워질 텐데.
주임: 버릇 때문에 나도 모르게......! 미안, 다들 도와줄래?
오모테나시를 원하는 관광객 분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주임: 후우...... 관광객 분들이 만족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야! 다들 고마워. 수고했어!
아쿠타: 좀 피곤한데?
주임: 그래도 엔젤로드에 있는 동안 섬에도 가고, 이 시간대에만 켜지는 천사의 조명도 보게 돼서 다행이야.
아쿠타: 그건 그렇고 하나만 말해도 돼~~~?!
커플이 너무 많아아아아! 손 잡고 걷는 녀석들 너무 많아아아아!
우시오: 바보 같네. 확증도 없는 전설 같은 거에 놀아나기는.
아쿠타: 부러워어어! 나도 손 잡고 싶어어어! 우시오, 손 잡자! 커플은 아니지만!
우시오: 당연히 싫거든. 다가오지 마. 바보 옮는다.
아쿠타: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내 손이 우시오를 원하고 있다고~! 채워줘 마이 하트~~~!
아, 우시오 어깨에 대박 큰 남국 벌레.
우시오: 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쿠타: 괜찮아, 내가 떼 줄 테니까――
우시오: 윽......! 만지지 마......!
주임: 아앗! 우시오 군 위험하――
아쿠타: 와우...... 우시오가 바다의 잡초가 됐네. 자, 구해줄 테니까 손 줘. 그리고 잡자.
우시오: 끈질기게 왜 그래! 절대 싫거든. 그리고 잡초가 아니라 해초야.
주임: (만약을 위해 수건을 가져오길 잘했어. 그건 그렇고......)
나나키 군이 늦네. 어디까지 가 버린 걸까.
아쿠타: 혼란스러워지기 직전이었으니까 말야~ 인파에 떠내려가서 섬 근처에서 오모테나시 하고 있는 걸 본 것 같아.
주임: (설마 아직도 건너편에 있는 건가?! 그럼 못 돌아올 텐데......!)
미안! 둘이 먼저 가 있어! 수건은 가방 안에 있으니까!
??: 이거 꼭 영화관에서 보자!
나나키: 응, 근데 올해 여름엔 어디 갈래? 섬 같은 데 어때. 느긋하게 바캉스 간다는 느낌으로.
??: 오~ 좋네! 그렇게 하자. 다른 녀석이랑 약속 잡으면 안 된다?
나나키: 그런 거 안한다니까. ......당연히 너랑 가야지.
[쇼도시마 엔젤로드]
나나키: 여기, 커플이 걸어놓은 조개껍데기밖에 없어......
......
(좋아하는 사람과 손을 잡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자길 좋아해 준다는 건 그야말로 기적처럼 대단한 일이고.)
(이 사람들은 그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이야. ......나랑은 다르게.)
......부러워서......괴로워.
(이런 생각을 아무리 해 봤자 의미 없을 텐데, 몇 번을 되새김질하고 후회해 봤자.)
(아무리 바라봤자...... 안 이루어졌으니까.)
돌아가자. ......응?
(왠지 생각보다 어두워졌네. 사람도 없고――......큰일 났다. 완전히 외톨이잖아.)
이 상태라면 길도 막혔으려나?
......뭐어, 못 돌아가도 상관없어. 내가 나한테 어이없어하다니. 하하.
주임: 나나키 군!
나나키: ......엥?
주임: 나나키 군! 나나키 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