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네우지: ......타케, 이소타케.
아쿠타: ......응?
무네우지: 이런 데서 자고 있으면 감기 걸려.
아쿠타: 안 자. 알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어.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늦게 와?
무네우지: 미안, 걱정을 끼쳤구나.
아쿠타: 뭐 하고 있었어?
무네우지: 88개소를 돌고 있었어. 1
아쿠타: Oh...... 길이 약 145km의 혹독한 순례를 깔끔하게 도전하다니...... 무궁무진한 체력과 강철 같은 정신이구만.
무네우지: 아니, 해가 지기 시작해서 중단했어. 전부 돌아보려고 했는데――
늦어버렸네. ......미안해.
아쿠타: ......
후후훗.
신 따위한테 빌지 않아도, 우리한텐 비장의 카드가 있잖아?
무네우지: ?
아쿠타: 믿어. 스토리의 곡선을.
주임: 아...... 더는 못 해 먹겠어요......!
대체 학생들이 뭘 했는데요! 이런 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사쿠지로: 만약을 위해 확인하겠습니다만, 주임이 마시고 계신 건 무알콜 캔맥주예요.
주임: 그래서 뭐요?!
사쿠지로: 아뇨, 딱히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그리고――내일 날씨에 대해서는 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적게 오는 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설마 당일에 비가 올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 했을 거예요.
주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결국, 저녁 시간이 되어서도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
(GPS로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걱정은 안 되지만――)
(축제 직전에 모두 뿔뿔이 흩어져버렸어...... 다 내 책임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그럼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
(아쿠타 군 한 명조차 제대로 타이르지 못했어. 역시 난 부하를 가질만한 그릇이 아닌가 봐.)
(이대로는――)
이대로는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없어......!
사쿠지로: 진정하세요. 주임은 투어 컨덕터십니다.
가여워라. 마음이 상당히 혼란스러우신 모양이군요.
주임: 그, 그러게요...... 죄송해요.
사쿠지로: 자, 여기. 물 드세요.
주임: 감사합니다......
사쿠지로: ......
주임: 하긴 저는 투어 컨덕터지 선생님이 아녜요. 그래도 저 5명보다는 어른이고 인생 경험도 있으니까――
다양한 걸 알려줘야 했는데, 배우기만 하고.
잘하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면목이 없어요.
사쿠지로: ......
실패가 없는 인생은 시시한 법이죠.
주임: 네?
사쿠지로: 한 번도 좌절하지 않는 기복 없는 인생. ......그것에 큰 감동은 없습니다.
『잘 안 된다』는 것 또한 길게 보면 성공한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얻기 위한 것이니――
그것도 하나의 재능이 아닐까 합니다.
주임: ......
(상냥한 표정...... 격려해주고 계셔.)
(그래...... 그다지 잘 안 돼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네요...... 어떤 결말이든 받아들일게요.
제가 할 수 있는 걸 전부 하고 난 뒤에......!
사쿠지로: 이런 시간에 어딜 가시나요?
주임: 잠깐 KOBE에 다녀올게요!
날씨 제어 장치를 관광특구에서 빌릴 수 없을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사쿠지로: 지금부터요? 하지만, 이젠 섬에서 나갈 수 있는 이동수단이――
주임: 어떻게든 할게요!
언젠가 카타르시스를 얻기 위한 준비 기간......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감사합니다.
길게 봐도 괜찮다고 해 주셔서 조금 편해졌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건, 저희가 이미 어른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의 여름은 순식간이고――지금 이 순간은 한 번밖에 오지 않을 거예요.
열여섯 살 여름의 추억을 최고의 프레임에 담아 주는 게 외부지도인이자 HAMA투어즈 관광 주임의 임무예요!
사쿠지로: ――주임......
주임: 부디 저를 막지 말아 주세요!
사쿠지로: 아뇨, 막을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주임: 네?
사쿠지로: ――마지막 헬기.
제가 진심으로 운전한다면 제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우시오: 아.
나나키: ......아.
우시오: ......
나나키: (이 타이밍에 마주치다니...... 어색하네. 좀만 더 나중에 올 걸.)
(아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해야 하지. ......진짜 귀찮다.)
(역시 혼자 있는 게 훨씬 편하다니까......)
사쿠지로: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나나키: 좋은 아침.
우시오: .......무네우지 어디 갔는지 아세요?
사쿠지로: 이미 외출했습니다. 아쿠타 군이랑 같이.
우시오: ......아, 그래요.
의욕이 넘치다니 기특하네. 어차피 다 헛수고일 텐데 말야.
나나키: 사쿠 쨩 선생님, 키누가와 군은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없던데.
사쿠지로: 아침 일찍 아틀리에에 갔습니다. 간노스케 씨와 함께 등불을 장식하는 걸 돕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러니 남은 건 여러분뿐이에요.
나나메기 군은 음향 기자재의 설치를, 쿠라마 군은 포장마차의 설치――
드디어 오늘이 축제입니다. 바빠질 테니 얼른 준비하세요.
우시오: 아~ 네에, 네에.
사쿠지로: '네'는 한 번만.
우시오: 네~에.
나나키: ......
......엄청 맑잖아.
정말로 오늘같은 날에――
비나 뿌릴 셈이냐고...... 신이시여......
- 八十八ヶ所めぐり(시코쿠 순례). 일본 불교 진언종(真言宗)을 세운 홍법대사 구카이(空海)가 수행했다고 알려진 88개의 사찰 및 성지를 약 1,400km에 걸쳐 순례하는 것. 순례를 통해 번뇌가 사라지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짐. [본문으로]